투자의 철학 | Posted by financeman 2009. 1. 30. 23:30

빠칭코의 유혹


작년, 짐 로저스의 "월가의 전설 세계로 가다" 와 "어드벤처 캐피탈리스트" 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전, 세계의 투자 상품을 찾아보고자 하는 욕심에 여행을
기획했었습니다. 물론, 세계 여행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어 우선 유럽
자동차 여행으로 선정하였습니다. 기획과 인원 소집 그리고 자동차 여행을 위한
차량 리스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끝낸 뒤 출발하였지요. 

여행에 대해서는 추후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들을 글 올리겠습니다만, 이 글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돌아오는 길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과거, 하이틴
스타였던 손 모씨의 장모가 빠칭코에서 잭팟을 터뜨려 소위 대박 맞았다.. 라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던 전, 돌아오는 길에서 홍콩에 잠시 들려 마카오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저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대개 주식쟁이들은 돈의 맛을 알고 있기에
다양한 도박들도 함께 즐길 줄 아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저 또한 남들이 
알고있는 도박들은 거의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재미로 남은 돈을 탕진(?)코자
한 곳으로 게임을 하러 갔는데 이게 웬걸... 카드 판에는 자리가 하나도 없더군요.
이거 참... 한국의 JS 카지노를 보는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다른 곳에 갈까 잠시 망설이다,
과거 빠칭코 게임의 하나인 "체리마스터" 를 재미있게 했던 기억을 되살려 빠칭코 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빠칭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체리가 한줄 나오면 세븐 찬스가 나오는 등 다양한 미션(?)을 가진 빠칭코 게임입니다.) 

몇 게임 했을까요... 한번씩 떨어지는 쏠쏠한 돈에 저는 그만, 흔히 주식에서 이야기하는
초심자의 행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던
거죠. 빠칭코를 할 때 돈을 따기 위해서는 대개 다른 사람들이 얼마를 넣고, 얼마나 터졌는지
등에 대한 사전 작업을 해야하나, 그저 얼마 남지 않은 돈을 쓰고자 했고, 문화를 즐겨보고자
라는 핑계로 들어간 것이라 예상치 못한 행운에 입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함께 동행했던 형님 한분이 돈 다잃으셨다고 이제 그만 나가자고 하시더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카지노에는 시계가 없습니다. 사람에게서 시간 감각을
빼앗아버리는 마법의 공간이라 칭할 정도로 어두운데다가 다들 비슷한 류의 사람들이 즐비
하여 얼마나 하는지도 모르지요. 저 또한 조금만 더하면 소위 말하는 대박(잭팟)이 터질 것
같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했습니다. 물론, 돈을 다 잃지 않은 상태여서 별 신경쓰지
않고 계속 했던 것이죠. 

우선,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허... 생각지도 못한 시간이 흘렀더군요. 카지노에서만 약 5시간의 시간을 빠칭코 하나로 보냈던 겁니다. 그때까지 올인하지 않았던게 천만 다행이었지요.
우선 밖으로 나가 허기진 배를 채우고 마카오의 자살절벽에도 들렸다 다음날이 한국가는
날이라, 관광을 멈추고 배를 타고 다시 숙소로 건너왔습니다. 

숙소에서 돈을 세어 보는데 이게 웬일일까요. 면세점에서 주변 지인분들께 드릴 선물 비용
까지 반절이상 써버렸더군요.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나름, 시장 심리에 대한 책도
읽었었고 주식 투자 경력 또한 4년차였던 해라 내 마음 잘 컨트롤 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그만 미수를 땡겨쓴 꼴이 된거지요. 이때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전 또다시 돈이라는 욕심의 덩어리에 빨려들어가고 말았던 것이고, 빠칭코의 유혹에 넘어가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정말, 저도 몰랐던 부분이라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 또한 같다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잘 다스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장에
진입하지만, 아쉬움이 아쉬움을 남기고, 돈이 돈을 부르는... 그런 자신의 심리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이 움직여 특정 종목에 미수
몰빵을 넣고, 손절의 시기를 놓치는 등 몸이 원칙을 지배해버리는 일들이 투자자들 사이에
비일비재 하겠지요. 카지노는 시장이요, 빠칭코는 주식 트레이딩이니, 우리는 어찌보면
주식의 유혹 속에서 돈을 올인하거나, 모든 것을 잃거나 하지 않으면 나오지 못하는 구렁
텅이 속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유럽 여행때 느낀 새로운 투자의 종류를 보는 법에 대하여 글을 올리겠지만, 분명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았다는 것 입니다.(돈이 많느냐, 해외
여행 다니게 라고 이야기하실 수도 있겠지만, 전 이미 국내 배낭여행을 도보로 다녀 왔었
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다보면, 특히 전업 투자자들의 경우 자신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무엇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이에 저는 이 글을 읽는 투자자 분들께 권해보려 합니다. 시장에 이리저리 치였을 때, 몸이 힘들고 지쳐갈 때에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새로운 투자처의 발굴과 자신의 잘못을 다시 한번 성찰할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모두, 올 한해 시장의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기원하며, 이 글이 자신의 심리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하나의 촉매제로 작용하여, 책이나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간접경험과 같은 교훈이 되기를... 

 

금융의사 드림